[2000/07/06]야채국물 맛 수박
2000/07/06(16:22) from 211.32.228.147
오후 3시 더위와 싸우며 열심히 일하는 사무국.
"수박이 왔어요. 수박 한 통에 3000원, 5000원...
꿀맛 수박. 한 통에 3000원, 5000원..."
위층에 있는 모 벤처기업에서 먹었던 달콤한 수박이 생각난 삐딱은
지갑을 들고 헐래 벌떡 계단을 내려갔다.
길 건너 1톤 트럭에 수박이 보였다.
"아저씨, 어떤 게 3000원이죠?" 아저씨가 가리키는 것은 마치 바람 빠진
풍선 크기의 (큰 배 사이즈?) 수박이었다.
5000원으로 보이는 수박을 가리키며 "그럼 저건요?"하고 삐딱이 물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갑자기 8000원 짜리 수박을 들며... "이거 6000원에 가져가!"
순간 당황한 삐딱... 머릿속으로 산수를 하며 고민하고 있는데...
아저씨 "안 살 거면 말고! 저~ 밑에 가면 금방 다 파니!..."
또다시 위층에 모 벤처기업에서 먹었던 맛있는 수박이 생각나서...
그만 6000원을 주고 제일 큰 수박을 사버렸다.
기대에 넘쳐 계단을 올라와 칼과 쟁반을 챙기고 수박을 가르는 순간!!!
'앗! 너무 찐한 빨간 색인걸?'
그리고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과일의 맛이 아닌 야채국물의 맛이 나는 것이다.
내 입을 의심하고 있는데... 삐딱녀와 아르바이트생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순간의 침묵이 흐른 후...
삐딱녀와 삐딱은 수박 반 통을 들고 큰길로 뛰어 내려갔다.
불과 몇 분의 시간이 흘렀는데... 수박장수 아저씨 마이크 소리로 떠들썩했던
사무국 앞 골목길은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수박에서 야채국물 맛이 날 수 있을까?
야채국물 맛 썩은 수박..
세상이 삐딱하게 보인다...
삐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