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1.15][비닥 논설] kidp원장 선출, 원래 의도대로 해야한다!
VIDAK 논설], 2000년 1월 15일.
새 진흥원장 선출은 이미 공채 서류를 제출한 13인 응모자 중 투명한 공개 절차에 의해 다시 조속히 뽑아야 하며, 또한 반드시 새 진흥원장은 디자인 전문가가 맡아야 함을 재차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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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2일 아침, 무역회관. 산자부 측의 요청에 따라 산자부 관계자들과 심사위원, 그리고 디자인 관련협회 대표들이 모였다. 이 모임에서 산자부 측은 "1차 공개 모집 지원자들을 심사한 결과 적절한 인사가 없었다. 2차 추천위원회에서 따로 적임자를 세 사람을 추천하였다. 이것은 오늘 저녁 KIDP 이사회에 상정하고 인준할 예정"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애초 신임원장을 공개 채용하겠다던 당초 약속과는 매우 다른 파행적 절차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미 그 전날 신문기사에서는 신임원장 내정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 조찬 회동은 그날 오후 소집될 KIDP 이사회에서 인준을 받기 위해 언론 등에 '디자인 계의 지지를 얻었다'는 이른바 지지 서명을 받아 예측할 수 있는 문제의 소지를 미리 막기 위해 서둘러 산자부가 그 전날 디자인 관련 협회장들에게 연락하여 모인 것이었다.
이미 산자부 측이 미리 선임해놓은 특정 인사는 1차 추천심사위원 중의 한 사람이었다. 1차 공채 지원자를 백지화하고, 나중에 따로 추천된 후보자 3인 중 2인은 추천심사위원임이 나중에 밝혀졌다. 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공채 지원자 13인 모두를 부적격자라고 결정한 것도 무리한 것이었지만, 공채 지원자도 아닌, 나아가 그것을 심사했던 심사위원이 피추천되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비상식이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일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관료들의 생각에 우리는 분개한다. 이러한 일로서 그들이 디자인 계를 바라보는 평상시의 생각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대목이다. 그 동안 디자인 계는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결여된 아마추어 관료들의 의도대로 이리저리 이끌려 왔고, 그러한 처사에도 아무 의견 없이 묵묵무답 해왔던 디자인 계의 시대의식 결여 현상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간 참고 쌓였던 디자인 계의 정부 정책과 진흥원에 대한 불만과 희망을 한데 모아 우리나라 디자인 역사상 처음 있는 성명서 발표로 산자부의 공채 정책에 환영을 표하고 그 희망을 천명한 바 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산자부는 큰 인심을 쓰는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 밀실에서 절차를 무시한 채 새로운 원장을 점찍어두고 미리 신문에 발표하고 의도대로 통과시키려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KIDP 이사회가 디자인 계의 들끓는 여론을 의식하여 장장 네 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인준을 하지 않고 백지 상태로 돌려놓은 것은 디자인 역사의 오점을 피한 극적인 일이었다.
이제 사건은 다시 원점에 서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디자인이 긍정적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우리는 새 산업디자인진흥원장 선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힌다.
● 산업자원부가 새 KIDP원장의 민간 전문가 공개 채용 방침 결정이 큰 용단이었음을 다시 한 번 평가하며 지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가 전 국민과 디자인 계를 대상으로 매스컴을 통해 공표되었고, 최종 마감에서 13인이라는 많은 능력 인사가 이 공채에 응모함으로써 이 사안은 산자부 내부의 방침에 의해서만 조정할 문제를 떠났다. 따라서 진흥원장 선출 책임을 가진 산자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바탕으로 공정한 절차를 밟아 진행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 새 진흥원장 선출은 원래 원칙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산자부가 처음 민간 전문가를 공채 한다는 약속은 절차와 의미의 변질 없이 최초 공고한 그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미 공채 서류를 제출한 13인 응모자 중 투명한 공개 절차에 의해 다시 빨리 뽑아야 할 것이며, 반드시 새 진흥원장은 디자인 전문가가 맡아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지금까지의 파행적 과정에서 나타난 불신을 씻는 길이다.
● 산자부는 더 이상 밀실 행정을 일삼는 구시대의 관료적 행태를 그만 두어야 한다. 이러한 것은 국민의 성숙한 문화 의식과 디자인 계의 변화된 인식을 무시하는 태도일 뿐이다. 국민의 정부가 내세운 전문가 공채 제도를 퇴색시키지 말아야 한다.
● 한국 디자인이 세계로 발돋움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우리 디자인 역사상 초유의 10여 달 앞둔 이코그라다 밀레니움 콩그레스를 위하여 관련 민간 디자인 단체들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신임원장 선출의 지연은 이러한 노력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디자인 계가 납득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디자인 전문가를 시급히 선출하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