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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행사


[2002/01/25][중앙일보/01.24]'디자인 한국'에 투자 늘리자


2002/01/25

[발언대] '디자인 한국'에 투자 늘리자
[사회, 스포츠, 사설/칼럼, 축구] 2002년 01월 24일 (목) 18:23

2002 월드컵이 몇 개월 앞으로 다가왔다.88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그랬던 것처럼, 전세계 20억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만만치 않다.
기업이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가적으로는 한국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연초부터 국가 이미지 쇄신에 대한 여론이 비등(沸騰)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서울올림픽 이후 다시 한번 많은 해외 손님들을 맞는 상황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한국을 보여주자는 데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으니 말이다. 월드컵이 총체적으로 우리 문화를 알리고 국가 이미지를 선보이는 무대임에는 틀림없다.

국가 이미지와 관련해 올 한해가 더욱 의미있는 것은 대선의 해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비롯해 한 국가의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와 같이 21세기 들어
가장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앞날을 짊어지고 갈 훌륭한 지도자를 뽑는 일은 2002년 우리 국민의 중대한 과제다.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의 지도자를 뽑는 패러다임을 새롭게 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즉 지(知)와 덕(德)을 겸비한 지혜로운 지도자에 더해 '미(美)'를 아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흔히들 감성과 문화의 세기라고 일컫는 21세기에는 소위 '아름다움'이 지배할 것이라고 한다. 산업시대의 물질만능주의가 도태되고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미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선진국에서는 살기 좋고 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수립.실행하고 이를 국가의 브랜드로 개념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국가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영국의 쿨 브리타니아, 호주의 어드밴스드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의 뉴질랜드 웨이, 독일의 저먼 디자인 등 나라마다 특색있는 전략으로 독특한 국가 이미지를 구축해 가고 있다.

특히 디자인 종주국인 영국의 경우 국가 이미지 쇄신을 위한 지도자들의 노력이 남다르다.

디자인 총리로 불리는 토니 블레어 총리는 산업혁명의 발상지였던 '세계의 공장'이라는 영국의 이미지를 '세계의 디자인 공장'으로 바꿀 것을 역설해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냈고, 취임 이후 디자인을 통한 국가 이미지 개선에 나섬으로써 '멋진 영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알프스 등의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그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스위스가 국가이미지 쇄신을 위해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세련된 인상을 주는 국가 이미지가 그렇듯 포스터나 관광지도.안내책자 등을 보면 스위스의 디자인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위스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스위스 시계.아미 나이프.초콜릿 등에서 독창적이면서도 절제된 디자인 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들의 국가 이미지는 결코 우연하게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나름대로의 문화와 전통을 세련되고 독창적인 매력 포인트로 가꿔나가는 이면에는, 지도자들의 디자인 정책에 대한 남다른 열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디자인이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월드컵과 선거 등 국가적인 행사를 앞두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매력있는 한국, 멋진 한국'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디자인을 통한 국가 이미지 쇄신은 '업그레이드 코리아'를 앞당기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라 할 만하다.


정경원(디자인학 박사 ·한국디자인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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