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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인쇄의 실험공장 팩토리Pactory OPEN




장성환 VIDAK 홍보분과 부회장이 2016년 8월 8일 마포구 상수동에 종이(paper)와 활자(press)를 다루는 공장(factory) ‘팩토리’를 오픈했습니다.

(관련기사)_  http://street-h.com/magazine/94361
‘팩토리Factory’라는 이름을 들으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Andy Warhol을 떠올릴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앤디 워홀은 대량 복제, 대량 생산이라는 산업화시대의 시대정신을 자신의 예술작업으로 끌어들였으며, 한술 더떠 자신의 스튜디오를 ‘팩토리공장’라 이름 붙였다. 여기, 상수동에 또 하나의 ‘팩토리Pactory’가 있다. 공장은 공장인데, F가 아니라 P다. 여기서 P는 종이Paper 그리고 활자인쇄Press를 가리킨다.
팩토리는 ‘종이와 인쇄의 실험공장’이다. 이곳에는 약 1,365종의 종이와 레터프레스 및 리소그래프, 다양한 제본 작업이 가능한 기계들과 손으로 하는 다양한 책 만들기의 방법을 실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곳은 최병호 전 두성종이 이사와 장성환 203 X 디자인스튜디오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레터프레스를 전담할 안젤라 임과 출력 담당 최상렬이 합류하며 시작됐다. 두성종이의 복합공간 ‘인 더 페이퍼’를 구상하여 2011년부터 운영했던 최병호 공동대표는 “인 더 페이퍼는 카페, 전시장, 숍, 디지털 출력과 교육을 아우르며, 홍대 지역에서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을지로 본사로 모든 것이 통합되면서, 해당공간이 없어진 게 너무 아쉬웠고 회사를 그만두고 홍대앞에 작업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내내 생각해왔다”고 했다.
평면 모니터와 마우스로만 하는 그래픽 디자인 작업의 한계를 느껴 지난해부터 활판인쇄 공방들을 찾아다니며 개인적으로 워크숍과 스터디를 해왔던 장성환 공동대표 역시 종이와 아날로그 인쇄의 만남을 반겼다. “디지털이 대세가 되면서, 디자이너들이 원형을 쉽게 잊는다. 책은 평면 모니터가 아니라 본래 입체다. 종이의 물성과 이런 고민이 결합하면 좋은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홍대 부근의 마땅한 공간을 찾아다니다가 발견한 곳이 이리카페 지하였다. 공교롭게도 이곳 역시 오랜 세월 플라스틱 사출 공장이었다.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끼다시 바닥과 이곳이 공장이었음을 보여주는 출입구 계단 쪽의 화물운송용 도르래를 발견하고 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팩토리는 ‘공장’이라는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인테리어를 갖추고 지난 8월 8일 정식으로 오픈했다.
현재 팩토리에는 1,500여 종의 종이들이 담긴 종이서랍과 5대의 아다나(레터프레스기), 사철제본기, 미싱제본기, 대형 밴더쿡(레터프레스 머신), 실크스크린 감광기와 인쇄대, 소형 옵셋 인쇄기와 대형 지업사용 재단기, 리소그래프 2색기 등이 있다.
“레터프레스면 레터프레스, 제본이면 제본… 홍대앞에는 각각의 공방들이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종이도, 레터프레스도, 실크스크린도 모두 따로 움직여야 한다. 정보가 없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접근을 쉽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독립서점들을 방문하고 제작자들이나 디자이너들을 만나보니 관심이 높았다. 종이부터 제본까지 한 장소에서 다 할 수 있게 하되 ‘킨코스’의 방식과는 정반대에 있는 셈이다.”(장성환 공동대표)
이들은 심화과정이 필요하다면, 해당 분야의 공방으로 안내할 생각이라고 했다. 섬처럼 따로 떨어져 있는 공방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신Scene으로 만드는 것. 팩토리를 통해 소규모 공방 네트워크가 더 단단하게 성장하고 상생하게 하는 것이 이들의 큰 그림이기도 하다.
본격 가동은 가을부터가 될 듯하다. 일단은 지인들의 소형 워크숍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소형 디자인 스튜디오나 학교, 학과들의 실습 및 수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팩토리 오픈 전 멤버들과 일본 출장을 갔는데, 일본 대표 제지회사인 타케오샤竹尾社가 긴자 이토야伊東屋 문구점 내부에 낸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종이를 보여주고 판매하는 쇼륨과 숍 외에 공방을 운영하며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있었다. 종이를 찍고, 접고, 박고, 가지고 즐기는 것이 앞으로의 미래가 될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최병호 공동대표)
“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레터프레스, 리소그래프는 모두 오래된 방식이다. 물론 불편하다. 핀이 안 맞고 원하는 대로 쉽게 찍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턴 키나 스페이스 바 없이 조판을 하고 찍어내는 그 희열과 즐거움이 있다. 이제는 ‘하이테크’가 아니라 ‘하이터치’의 시대라고 한다. 손으로 하는 일의 특별함이 종이를,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장성환 공동대표)
뉴욕의 디자이너 폴 랜드는 “손을 쓰는 경험이야말로 디자이너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놀이와 손 노동의 중요성을 확인해보고 싶다면, 이 두 남자가 내미는 손을 잡고 팩토리를 방문하자. 손으로 하는 일이 의외로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글Ⅰ정지연·사진Ⅰ신병곤

04074 |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수동 337-4 B1 / www.pactory-h.com
T. +82 2 3242 788 / F. +82 2 336 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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