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룩스 GALLERY LUX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층 110-300
02-720-8488
www.gallerylux.net
전시기간 2003. 4. 30 ~ 5. 6
오프닝 4. 30 17: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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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추상 작업은 렌즈 앞에 펼쳐지는 수없이 많은 대상들로부터
작가가 같은 특성의 개념으로 종합하여 추상해 내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작가만의 암실작업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개념을
이미지화 하는 정신적, 기술적 행위가 강렬하게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추상작업은 단순한 사진적 기법놀이가 아니다.
추상작업은 사진작가이기 이전에 예술가로서의 창작에 대한 열정, 그를 이
끌어 가는 정신과 의식에 의해 추구되는 개념 작업이다.
이러한 개념작업이 사진을 예술의 세계로 이끌어 내는 작가의 역량이 되는
것이다.
전흥수가 해온 이제까지의 일련의 작업들이 강렬한 사진적 색채의 특성을
대비시켜 표현한 컬러의 추구였다면 이번에 전시된 작업들은 고색 창연한
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받은 어떤 회화적 개념을 드로잉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작업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작품이라고 감상하지만 작가는 그의 생
명이 다할 때까지 끝이 없는 작업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흥수의 이번 전시작업에서 보여지는 첫 인상을 필자는
“전흥수의 사진 드로잉(photo-drawing)”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작
가들은 어떤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드로잉을 한다. 그것은 마치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어떤 가설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일생을 실험실
에서 작업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진작가 역시 만족할 만한 표현에 이르기까지 드로잉 작업이 지속되고 있
어야 한다. 전흥수는 암실작업을 좋아하며 대부분의 그의 추구는 암실 안에
서 진행되므로 그의 사진작업이 어떠한 결과를 낳아도 그것은 사진일 수밖
에 없다. 암실은 사진만이 지닌 가장 사진적 작업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전흥수의 눈을 통해 본 새로운 풍경에 대한 드로잉이 추상해 내
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 자신의 속에서 이제까지의 작업에서 얻어진 색채의 현란한 경
험들과 서울미대를 나온 그의 미술과 디자인이 겹겹이 된 시선과 마음으로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때로는 격렬한 터치와 색채의 소리로, 또는 잔잔한 고도의 빛 바랜 듯한 도
시의 회화적 풍경으로, 오랜 세월 풍상에 깎여진 돌담들의 잔상이 부담 없는
필체로 드로잉 되어 우리의 눈을 신선하게 해 준다.
사진에 있어서 끝없는 주제는 풍경화이며 이는 회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풍경만이 회화와 사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틀림
없는 사실은 인간이 태어나서 영원히 분리될 수 없는 인간의 배경이 풍경이
며 가장 보고 싶어하고, 살고 싶어하는 원초적 대상이 풍경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풍경에 대한 작가들의 해석과 표현에 대하여 관심
이 많으므로 현대인은 현대미술가들의 이러한 작업을 통해 감상하면서 관심
있게 관찰해 왔다.
전흥수의 작업은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특히 사진의 렌즈가 지닌 어쩔 수
없는 사실성의 뚜렷한 경계의 벽을 넘어 풍경을 허물어 버리고 새로운 전흥
수의 풍경으로 드로잉하여 탄생시키는 작업적 의미가 있다.
추상은 난해한 풍경이다. 그러나 아무리 추상 작업이라 해도 풍경을 읽을
수 있는 형상이 '기호적 단서'가 되어보이기만 해도 작업 앞에 서 있는 사람
들은 친숙한 감정을 느끼고 접근한다. 이점에서 전흥수의 작업은 단서를 놓
치지 않고 있어 사진이 사진되어야 하는 경계 안에 머물러 있게 한다.
앞으로 더욱 그의 풍경작업이 확장되고 이미지화 되어 사진드로잉작업으로
실타래 같이 풀려나가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풍경과 색채의 감정을 담은 음
악 같이, 그림 같은 사진으로 . . . . .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
김 영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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