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신문/2002.11.16 ]‘601비상’서 만든 달력들 - 삐죽거리고 숫자꼴
‘601비상’서 만든 달력들 - 삐죽거리고 숫자꼴 제각각
색색깔의 달력 종이 열두 장이 저마다 다른 크기의 달력,
날짜를 나타내는 글자꼴이 365가지로 모두 다르게 기록된 달력,
전체 종이 한 가운데 뚫린 구멍이 1월에는 돌멩이를, 2월에는 뱀의 머리를
표현하는 달력 …. 디자인 전문회사 ‘601비상’이 99년부터 제작해온
다양한 스타일의 달력들이다.
예술 달력이라면 종이 위에 유명한 작가의 그림이나 판화 등이
인쇄되는 것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601비상에서 만든 달력은
네모난 종이와 정렬된 숫자, 그리고 그 위에 인쇄된 그림이라는
달력의 통념을 뒤집는다.
<캘린더는 문화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던 601비상 박금준 대표의
달력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이 회사의 자료실에는 전세계의 독특한
아트 달력들이 빼곡이 걸려있다.
“회사를 차리기 전에 제일기획에서 삼성그룹의 달력 제작을 진행하며
달력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기업체의 달력은 그 기업의 얼굴이고,
집에 들어가면 먼저 눈에 띄는 달력은 그 집안의 얼굴이지요.
일상의 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척도가 바로 달력인 셈입니다.”
601비상은 아티누스, 가나아트숍등의 예술상품점을 통해 유통되는
자체 브랜드의 달력과 함께 기업체 달력도 제작해왔다.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작한 오리온제과 달력은 이들의 대표 디자인이다.
낡은 타자기 자판, 등산용 버너, 파이프, 전구 등 생활 폐기물들을 재활용해
만든 조형물 사진으로 ‘환경’이라는 주제를 이어가는 이 달력 디자인은
지난해 고등학교 미술책의 ‘일상과 미술’이라는 부분에 실렸다.
"몇년 전 한 기업체의 소비자 조사를 보니 평균적으로 한 가정에 들어오는
달력은 4.5개이고 이 가운데 걸리는 게 2.5개라고 합니다. 부엌용과 거실용,
어린이방용 달력이 달라야 하고 이제 소비자에게도 그런 욕구가 서서히 생기고
있다고 봅니다. 이제는 다양한 기능에 맞춘 새로운 형식의 달력이 좀 더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한겨례 신문 31면. 2002 11 16 토_ 김은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