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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과 임원진은 이런 마음으로! - 시골학교 운동회 날


시골학교 운동회 날

여기는 속리산 천황봉이 올려다 보이는 조그만 시골이다. 농촌사정이 다 그렇듯 이곳 역시 아이들 교육문제로 다들 떠나고 고향을 지키는 집이 몇채 없다. 그래서 해마다 추석 다음날을 운동회 날로 정해 놓고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사람들까지 모두 초대한다.

그런데 올해는 비 때문에 며칠 연기되어 열렸다. 운동회날, 전교생이 20명도 채 안되는 분교에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엄마들은 일찍부터 점심 준비에 바빴다. 도시락을 각자 싸오는게 아니라 학교 급식실에서 음식을 한꺼번에 준비하기 때문이었다.

한참 정신없이 음식 준비를 하는데 한쪽에서 부침개를 부치고 있는 아주머니가 영 낯설었다. 누군가 조그만 소리로 그 아주머니가 본교 교장 선생님의 부인이라고 했다. 교장 선생님의 사모님이 이 멀리까지 오셔서 봉사하시다니....

그 분과 짧은 하루를 보내고 내내 놀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시는데도 스스로를 낮추는 자세가 몸에 밴 차분한 모습, 대접받을 위치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상대방을 더 배려하고 챙기는 성품에서 그동안 경거망동하고 교만했던 나를 돌아보며 얼굴을 붉혔다.

당신이 누구라는 사실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설거지며 뒷정리, 비질까지 마다 않고 묵묵히 뒤에서 행사를 돌보는 모습이 운동회가 끝난 뒤에도 큰 감동으로 남았다.

우리 아이가 이제 1학년, 새로 부임해 오신 교장선생님, 사모님과의 운동회를 오래도록 함께 하면서 나눔과 인정, 배려와 따스함 그리고 겸손함을 배워 가고 싶다.

정옥연 님/충복 보은군 삼가1리(좋은생각 2003년 12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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